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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다이어리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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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새 뱀파이어 다이어리를 쭉 보다가 이렇게 다 끝나고 나니 그 생각을 떨칠 수가 없어. 이러다가 며칠 지나면 잊혀지겠지만 자꾸 생각나는 것들을 여기다가 풀어 써보려고 해.


계속해서 내 머릿속을 맴도는 건 데이먼과 엘레나야. 둘의 사랑을 정열적이지. 스테판과의 사랑을 비교해본다면, 플라토닉이라곤 할 수 없는 스테판과의 사랑을 플라토닉으로 보이게 할 정도로 에로스적이야. 난 좋아, 맘에 들고 그게 캐릭터들 성격에도 맞다고 생각해. 그리고 데이먼과 엘레나의 성격은 정반대라 할 정도로 다르지. 나는 이 불 같은 사랑과 불 같은 엇갈림의 결과가 데이먼을 선한 쪽으로 변화시키는, 아니면 적어도 그의 악한 면을 억압하는 결과를 낳을 거라고 언제나 생각해왔어. 근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데이먼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엘레나뿐이더라고. 지독한 사랑이 그의 잘못된 선택을 이끌고, 엘레나는 그걸 어떻게든 포용해주려 애쓰는 게 고작인 거야. 여기서 나의 실망 포인트가 뭔지 보이지? 나는 이런 걸 원했던 게 아니란 말이야. 어쩌면 엘레나에 대한 사랑에도 불구하고 사일러스의 주문을 이겨내지 못했던 지난 에피소드에서 둘의 관계의 결과를 예견했어야 했는지도 몰라. 그렇지만. 아. 나는 정말 이런 걸 원한 게 아니었다구.


로즈가 엘레나에겐 데이먼이 best일수도 worst일수도 있다고 했지. 제작진은 worst로 둘을 그리기로 작정했던 모양이야. 정말 실망스럽게도 말이야. 베드씬이 best면 뭐냐고. 누가 그런 걸 원했냐고? 물론 보면 좀 흥미롭기는 하지만, 그래도 둘의 관계가 파국을 치닫는; 결국 서로에게 우리 관계는 독이라고 소리를 지르는 걸 보고 어느 시청자가 좋아하겠냐고. (있다면 아마 스테판/엘레나 지지자들?) 그렇게 대판 싸우곤 둘이 또 고투더베드지. 그래, 둘은 헤어지지 않는 거야, 역시! 하고 좋아하다가도 어쩌면 이게 둘 관계의 전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시즌 후반부에 들어서 죽음의 문턱에 들어서니까 애틋해지긴 했지만, 그건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야. 그냥 뒤로 미뤄둔 거지. 제작진들은 이런 러브라인으로 대체 뭘 할 생각이지? 둘은 도통 맞질 않아.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는 커플들은 결국엔 같은 문제로 헤어지게 되지. 결혼해서도 갈등이 끊이질 않을 텐데. 데이먼이 인간이 되어 극적인 참회를 겪지 않는 한 이 갈등을 풀어낼 방법은 전혀 없어 보여. 스테판이 말한 것처럼; 관계문제가 생기면 인간은 카운셀러에게 가고 뱀파이어는 넘겨버린다는, 그런 걸 할 셈인가? 말해 봐, 도대체 누가 그런 러브라인을 바라겠어?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난 지금 뱀파이어 엘레나 버전이 싫어. 엘레나의 인간 시절엔 스테판을, 그리고 데이먼에 대한 감정이 점차 커지다가 뱀파이어 시절에 결국 증폭되어 데이먼을 열렬히 사랑하게 되는 게, 그래, 설득력이 있긴 하지. 데이먼은 인간 엘라나와 뱀파이어 엘레나 둘 다 좋다고, 실은 뱀파이어인 쪽이 더 좋다고 했으므로 별다를 문제는 없지만, 나는 인간인 쪽이 더 좋았거든. 더 조심스럽고 더 걱정하고, 차분한 머리; 그래 어쩌면 이게 다 그 차분한 머리 때문일지도 몰라. 솔직히 그 펌머리는 캐서린을 생각나게 한단 말이야. 가뜩이나 얼굴도 똑같은데. 그래, 대학교도 갔고 시간도 흐르고 하니까 당연히 머리야 바뀔 수 있겠지. 좀 더 자유로운 헤어스타일을 할 수도 있겠지. 다만 그게 너무 캐서린처럼 보여. 게다가 뱀파이어 성향까지 합해져서 나에겐 더 이상 엘레나가 아니라 '덜 악한 캐서린'처럼 보인단 말이야. 데이먼에게서 종속이 풀려나면 좀 달라질 줄 알았는데, 변한 게 없어. (내가 방금 진지하게 생각해봤는데, 진짜로, 헤어스타일을 바꾸면 훨씬 예전 엘레나처럼 보일 거 같아.) 게다가 대학교에 처음 갔을 때, 캐롤라인과 말하길 파티에서 남자들이랑 멍청한 짓을 할 계획이었다고 할 때 정말 확 깨더라. 왜 이래진 거지? 좋아하는 것까진 아니지만, 아무튼 괜찮다고 생각했던 여자주인공이 왜 이렇게 변해버린 거지? 미국 애들은 원래 그런가?


나는 인간 엘레나가 데이먼을 선택해줬으면 하고 바랐었어. 데이먼이 계속 마음을 전하고자 했지만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인간 엘레나가 그 사랑에 응답해줬으면 하고 바랐는데. 인간 엘레나/뱀파이어 엘레나가 영리한 선택이었다는 건 이해하지만 내가 바란 스토리는 그게 아니었거든. 특히 엘레나의 감정이 '종속'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설정은 그야말로 팬들 똥줄 태우고 마지막화까지 관심을 놓치 못하게 한 열쇠였지만 동시에 드라마를 보던 그 당시에, '나는 이것처럼 진짜인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어요. 당신을 사랑해요.' 라는 그 한마디를 들었을 때 엘레나가 종속받고 있던 상태를 생각해보면 그 감동이 덜하단 말이야. 왜냐하면 시청자들이 헷갈리잖아. 이게 진짜일까 가짜일까? 너무나도 달콤했던 고백이 진짜냐 가짜냐 혼란스러움만 준 채 지나갔다는 거지. 마치 술취한 사람의 고백처럼 달콤하지만 찝찝하게.


나는 네이브라고 할 정도의 엘레나가 데이먼에게 종속 중이지 않은 상태로 '당신을 열렬하게 사랑해요' 라고 응답하는 걸 계속 기다려왔나 봐. 그래서 나는 그 모텔 장면을 좋아하는 거겠지. 물론 그때도 종속 중이긴 했지만, 난 그걸 몰랐으므로 엘레나의 감정을 의심할 필요가 없었고 머리도 전혀 캐서린처럼 보이지 않았었단 말이야. 근데 또 돌이켜보면 말이야. 엘레나는 인간시절부터 이미 데이먼을 스테판보다 좋아하고 있었던 것 같아. 스테판에 대한 사랑과 비교하기 어렵게 느껴지지만, 둘은 전혀 다른 매력에다가 전혀 다른 느낌의 사랑이잖아. 근데 엘레나가 환각에 시달릴 때 스테판이 아닌 데이먼이 침대에 앉아 있었고, 엘레나가 당신이 왜 여기 있냐고 묻지. 그리고 데이먼이 대답하길 너는 이미 스테판보다 자신을 더 좋아한다고. 둘의 비교하긴 정말 어렵지. 하지만 데이먼을 더 깊게 사랑하고 있었던 거 같아. 마치 스테판의 넓고 부드럽고 따뜻한 사랑을 깊게 가로지르는 바늘처럼.


그리고 나는 데이먼이 이대로 죽어서 엘레나는 만나지 못하는, 혹은 몇 장면 만나서 그 동안의 회포를 풀다가 결국 영영 이별하게 되는 시나리오가 아닐까 정말로 걱정되고 있어. 왜냐하면 구글링해보면 이안이 니나와 결별한 것 때문에 자신의 캐릭터를 죽여주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성 기사가 정말 많거든. 이안이 바라기를, 자신의 캐릭터를 빼고 대신 새로 등장한 그 절친 (이름은 까먹었는데) 을 드라마에 투입해달라고 요청했대. 설마 그랬으리라 싶다가도, 그러지 못할 건 또 뭐야? 니나랑 3년을 사귀다가 헤어졌는데, 이제서야 두 캐릭터가 열정적으로 사랑하기 시작했고 당연히 애정씬들을 찍기가 버겁겠지. 구남친여친이랑 뽀뽀한다고 생각해 봐. 헤어지기로 했는데! 나는 이런 찝찝한 결말을 이미 본 적이 있어.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가 정말 좋아하고 드라마 시청자가 정말 좋아하는 커플을 갈라놓는 걸 말이야. 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에서 예전에 버피와 엔젤을 떨어뜨려버렸지. 그리곤 엔젤이라는 스핀오프를 시작했고..ㅋ 아주 기분 좋은 경험이었어. 나는 그 후로도 몇 개의 시즌 내내 엔젤이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리며 시청했지. 클라롤라인 팬들의 기분이 이런 것일까? 데이먼하고 엘레나가 클라롤라인 꼴 날까 봐 겁나. 그래서 나는 니나와 이안이 다시 사귀기만을 바라고 있어. 두 커플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를 재밌게 보고 싶거든. 외부적인 이유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러브라인이 망가지는 걸 기대하진 않거든! 계속해서 떨어지는 시청률에 초강수를 둔 건지, 이안의 바람인진 모르겠어. 이안이 나이도 있고 제법 생각도 깊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어서 프로페셔널하기 때문에 그런 요청을 안 했을 것 같기도 하지만, 3년이나 사귀었잖아. 분명히 애정씬을 촬영할 때 기분이 개떡 같은 거야. 둘이 헤어진 것 때문에 스토리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도저히 모르겠어. 델레나가 지금 원래 시놉대로 흘러가는 중인 걸까? happily ever after의 결말이 확실해? 나 진짜 또 다른 엔젤/버피 는 보고 싶지 않단 말이야. 절절히 사귀던 주인공 커플을 한 명이 영원히 떠나게 해버린다는 게 무슨 거지 같은 설정이야.


그리고 드라마 보는 내내 날 짜증나게 했던 엘레나의 남동생. 얘는 진짜 고문관이다. 하는 것마다 사사건건 태클이야. 이모키드에다가 또 저는 옳은 일 한다고 생각하고 무조건 우겨, 아주 저만 맞고 저 고민만 최고고. 누나의 이타심을 좀 보고 배울 순 없나? 그래서 나 데이먼이 걔한테 최면 걸어서 덴버로 떠나게 만들었을 때 진짜 좋았단 말이야. 근데 컴백.. 걔가 죽어서 엘레나는 스위치를 꺼버림. 얘는 그냥 저 멀리 떨어진 데에서 혼자 행복하게 살아야 돼. 보는 내내 스트레스야. 죽여도 자꾸 여자친구 보니가 살려. 빡침.


보니는 좀 짜증나는 구석도 있긴 하지만, 딱히 보니가 나쁘다기 보다는 안 좋을 일을 너무 많이 겪은 거 같아.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고문관이야. 게다가 친구들을 위해 어마어마한 희생을 해서 불쌍하게까지 여겨져. 하필 있는 러브라인이 고문관과의 러브라인. 얘는 그냥 불쌍해.


캐롤라인은 정말 누구랑 붙여놔도 케미가 터지더라. 맷하고 타일러 삼각관계일 때 진짜 귀여운 표정을 지었었는데 그게 기억에서 안 잊혀져. 처음에는 영 짜증나는 캐릭터였는데 케미요정이라 미워할 수 없겠더라. 클라우스랑은 안 돼서 아쉬워. 꼭 클라우스를 오리지널로 데려가야 했나? 뱀다 시청률도 하락중이라는데 말이야. 스테판과 잘 어울리는 거 같기도 하지만 클라우스랑이 더 좋았어. 캐롤라인이 너무 귀여워서 클라우스가 어쩔 줄 몰라하고 자꾸 부탁을 들어주는 게 재밌었단 말이야. 그리고 클라우스는 올드패션풍의 구애 - 침대에 편지를 두고 간다든가, 근데 그 편지에 캐롤라인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든가 - 가 정말 매력적이었어. 디오는 제작되선 안 되는 거였어.


스테판은 캐롤라인과 러브라인 타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말이야, 둘이 그냥 친구 관계를 유지했으면 좋겠어. 스테판과의 관게에서 캐롤라인은 렉시를 떠올리게 하잖아. 게다가 스테판은 진짜로 엘레나랑 멘투비인 거 같아. 엘레나랑 이어져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전 우주가 둘을 푸쉬해주고 있대잖아. 엘레나를 사랑하고 있을 때에 '옳은' 것처럼 느껴져. 중간에 캐서린과의 러브라인은 정말 스테판의 이타적인 행동의 결정판이었어. 둘의 러브라인은 딱히 마음에 안 들더라.


데이먼. 데이먼. 시즌 초반에 눈짓거리 할 때가 정말 매력적이었는데. 지금도 매력적이긴 하지만 많이 봐서 그런지 주요 작가진들이 떨어져나가서 대본의 질이 낮아져서 그런지 매력도가 떨어져. 그리고 또, 전우주가 응원하는 사랑을 거스르려는 뱀파이어. 참 아련한 설정이다. 어떻게든 애틋하게 만들려는 제작진들의 속셈이 빤히 보이는데, 그래도 볼 때 아련하고 불쌍해. 뭐랄까, 그 아련함에 비해서 러브라인이 너무 재미없게 풀리는 느낌이야. 더 쫄깃하게 그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약간 설정이 아까워. 뭔가 더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데이먼에 대해서 무언가를 적고 싶은데, 뭐라고 써야 할지 모르겠어. 나는 그냥 데이먼이 행복하면 좋겠어. 엘레나와 평생 함께하면 데이먼이 행복해질 거 같아. 끊임없이 자신은 그럴 가치가 없다고 말하는데, 충분히 너는 가치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 그런데 작가들이 그걸 자꾸 방해해. 데이먼은 엘레나로 인해서 더 나아질 수 있는데, 작가들이 방해하는 느낌이야. 일부러 스토리를 더 길게 끌려고. 그렇지만, 만약에 지금도 엘레나로 인해서 '나은 사람'이 될 수가 없다면 나중에 마지막 시즌에선 대체 어떻게 델레나의 관계를 해결하려는 걸까? 그때 가서 극적으로 '나은 사람'으로 회개하는 건 이상하잖아. 그래, 했던 말 또 하는 건 알아. 아무튼 난 데이먼이 행복했으면 좋겠고, 작가나 배우의 관계가 데이먼이 지난 고통의 보상으로 엘레나와 영원을 함께하는 걸 막지 않았으면 좋겠어.


길다. 그래, 이런 게 계속 머릿속을 맴돌아서 떠나질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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